안면 인식 기술(Facial Recognition Technology, FRT)은 보안, 마케팅, 출입 통제, 공공 감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은 개인의 얼굴이라는 고도로 민감한 생체 정보를 수집·분석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매우 크며, 각국은 이를 규제하는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기술 도입 속도는 유사하지만, 법적 규율과 사용자 권리 보장에 있어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안면 인식 기술 관련 프라이버시 기준을 비교하고, 실무적으로 어떤 차이를 주의해야 하는지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은 안면 인식 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얼굴 이미지, 홍채, 지문, 음성, 정맥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생체 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감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더 높은 보호 수준이 요구되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명시적 동의(opt-in)가 필수입니다. 특히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출입을 관리하거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안 감시 시스템에 접목하는 경우에는 ▲수집 목적 ▲활용 방식 ▲보유 기간 ▲처리자 ▲제삼자 제공 여부 등에 대해 별도 문서로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단순히 서비스 이용약관 내 포함하는 방식으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민감정보는 기본적으로 수집·이용이 제한적이며, 정보 주체가 열람·정정·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이를 즉시 처리해야 합니다. 일부 공공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안면 인식 출결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동의 없는 정보 수집으로 행정지도를 받거나, 헌법소원 청구로 이어진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한국은 안면 인식 기술을 민감정보로 취급하며, 엄격한 사전 동의 및 관리 의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규제는 없고, 주(state) 중심 규제가 존재합니다.
미국은 안면 인식 기술과 관련된 통일된 연방 법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각 주(state)가 자체적으로 규제 여부와 수준을 결정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일리노이주, 텍사스주, 워싱턴주 등이 바이오메트릭 정보 보호법(BIPA 등)을 제정하여 안면 인식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법률은 일리노이주의 BIPA(Biometric Information Privacy Act)로, 이 법은 기업이 생체 정보를 수집·보관·전달하려면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며, 구체적인 보유 기간, 파기 정책, 제삼자 제공 여부를 사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에는 소비자 개인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어, 실제로 메타(구 페이스북), 구글, 틱톡 등이 BIPA 위반으로 수백억 원대의 합의금 또는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다른 주에서는 이러한 법이 없거나,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주에 따라 프라이버시 보호 수준에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연방 차원의 통일 입법은 아직 논의 중이며, 실질적인 규제는 소송 및 사회적 비판을 통한 자율 조정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 활용 범위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다른 입장을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할 때, 반드시 정당한 수집 목적과 최소한의 정보 처리 원칙을 따라야 하며, 동의 없는 촬영·분석은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특히 CCTV와 결합한 안면 인식 시스템은 사전 고지 및 동의, 시스템 보안 조치, 데이터 보유 기간 제한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위반 시 과징금 부과 및 공표 조치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대형 쇼핑몰이나 무인 매장에서 안면 인식 기반 출입·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정보 주체의 명시적 동의가 없고 대체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영이 중단되거나 시정명령을 받은 사례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법률은 “편의성”보다 “권리 보호”를 우선시하며, 기술보다 사전적 통제와 정보 주체 자율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특히 민간 영역에서 안면 인식 기술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항의 자동 탑승 시스템, 페이스북의 자동 태그 기능, 월마트의 매장 내 고객 분석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로 안면 인식이 활용되어 왔으며, 일부는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작동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회적 논란이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일부 도시(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에서는 공공기관의 안면 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한 조례가 통과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사전 동의보다는 사후 통제 또는 자율적 정책 설정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할 때 유의할 점
안면 인식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 또는 기관은, 다음과 같은 실무 기준을 반드시 고려하셔야 합니다:
- 한국에서는 생체정보 수집 자체가 고위험 처리 행위로 간주하므로, 기술 도입 이전에 반드시 법률 검토 및 사용자 동의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단순 이용약관 고지나 포괄적 안내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 데이터 보관 기간을 명확히 설정하고, 필요시 자동 파기 기능을 구현해야 하며, 제삼자 처리 위탁이 있을 경우 별도 고지 및 동의가 필요합니다.
- 미국에서는 주마다 규제가 다르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state)에 따라 적용 법률을 달리해야 하며, 특히 일리노이주에서는 BIPA 위반 소송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전 동의 및 정보 관리 체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 광고 목적의 안면 인식 기술 활용(예: 성별·연령 추정 기반 광고)은 한국에서는 민감정보 처리에 해당하므로, 사전 동의 없이 활용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구글 애드센스, 메타 광고, YouTube AI 태깅 등에서도 안면 인식 관련 데이터가 자동 처리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생체정보 항목 포함 여부를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면 인식 기술은 혁신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개인의 민감한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고위험 기술로 간주며, 각국은 이를 둘러싼 법적 기준과 규제 철학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민감정보 보호 원칙을 기반으로 강력한 사전 동의 체계와 제한적 활용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국은 주별 법률, 기업 자율성, 소송 중심 대응이라는 보다 느슨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자나 기술 도입자는 기술적 가능성보다 법적 책임과 사용자 권리를 중심으로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특히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면 가장 엄격한 기준(GDPR, 한국법 등)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한국과 미국이 개인정보 보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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