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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시리즈

유럽 vs 한국, 개인정보보호가 가르는 애널리틱스 수집 경계

by 250623 2025. 6. 27.

웹사이트나 앱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은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메타 픽셀(Meta Pixel),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 등 다양한 애널리틱스 도구는 이용자의 방문 경로, 행동 흐름, 전환율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마케팅 전략을 조정하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 분석은 동시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적하고 프로파일링 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GDPR과 ePrivacy Directive에 따라 이러한 애널리틱스 도구의 수집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일부 도구는 실제로 사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법적 제한이 미비하고,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이를 아무런 제약 없이 운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양 지역의 법적 기준, 실무 적용 방식, 기술 구현 차이를 비교해 실제 애널리틱스 활용 환경이 어떻게 다르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애널리틱스 데이터 수집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유럽과 한국의 차이점

유럽의 애널리틱스 도구 규제 배경

유럽연합(EU)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추적 도구가 단순한 통계 분석을 넘어서 사용자의 식별 가능성과 국가 간 데이터 전송을 포함한다는 점을 문제시해 왔다. GDPR은 개인이 식별되거나 식별 가능하게 만드는 데이터에 대해 모든 수집과 처리를 ‘개인정보 처리’로 간주하며, 이 과정에는 IP 주소, 디바이스 ID, 브라우저 지문 등 비명시적 식별자도 포함된다. 특히 구글 애널리틱스는 서버가 미국에 위치하고 있어, 사용자의 데이터가 EU 밖으로 전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프랑스 CNIL, 오스트리아 DSB, 이탈리아 Garante 등은 구글 애널리틱스의 사용이 GDPR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도구의 사용 중단을 명령하거나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구글 애널리틱스 사용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공식적으로 내렸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Matomo, Plausible, Piwik Pro 같은 유럽 기반 대안 도구로 전환했다. 이들 도구는 EU 내 서버에서만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고, 개인 식별자를 저장하지 않는 구조를 택함으로써 규제를 회피한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애널리틱스 도구조차도 단순 도입이 아니라 법적 평가와 기술적 조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민감 영역으로 다뤄진다. 특히 프로파일링 가능성이 있는 도구는 개인정보 영향평가(DPIA)를 수행하고,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비활성화 처리까지 가능하도록 구현해야 한다. 이는 통계적 분석과 개인정보 보호가 충돌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사이에 법적 완충장치를 두려는 접근 방식이다. 

 

쿠키 및 식별자 기반 수집의 법적 처리 차이

애널리틱스 도구는 주로 쿠키 또는 유사 식별자(cookie-like identifiers)를 사용해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한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식별자 기반 수집이 GDPR 제4조와 ePrivacy Directive에 의해 ‘사전 동의 필수’ 항목으로 분류된다. 즉, 웹사이트가 분석 도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사용자에게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고, 쿠키 배너를 통해 ‘비필수 쿠키 허용’ 버튼을 클릭받아야만 합법적인 수집이 가능하다.

실제로 유럽의 구글 애널리틱스 도입 가이드는 다음을 권장한다:

  1. IP 주소 익명화 기능 활성화 (Anonymize IP)
  2. 보유 기간 최소화 (14개월 이하)
  3. ‘거부 시 추적 중단’ 기능 구현
  4. 쿠키 사용 목적과 수집 범위에 대한 상세 고지
  5. 사용자 동의 여부에 따라 태그 활성화 조절(Google Consent Mode 사용)

반면 한국에서는 쿠키 기반 분석 도구가 여전히 사전 동의 없이 작동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사용자의 방문과 동시에 구글 애널리틱스 스크립트를 로드하고, 쿠키를 삽입하며, 방문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한다.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쿠키 설정 페이지조차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적으로 행태정보 수집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구체적 제재 기준이나 집행 권한이 부족한 환경이 원인이다.

결국, 유럽은 애널리틱스 도구의 수집이 ‘합법적 동의’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기술적으로 강제하지만, 한국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사항’이라는 모호한 논리를 통해 거의 모든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지 쿠키 배너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주권과 정보 통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 차이를 보여준다.

 

도구 선택과 기술적 구현의 실무 차이

유럽 기업은 애널리틱스 도구를 선택할 때, 반드시 데이터 주권, 서버 위치, 데이터 처리 범위, 식별자 저장 방식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Matomo와 Piwik Pro 같은 도구는 사용자가 자체 서버를 구축하거나, EU 내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디폴트 설정상 IP 주소를 저장하지 않으며, 방문자 정보를 통계적 수준으로만 분석한다. 즉, ‘집계 기반 분석’ 중심으로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

또한 유럽 기업들은 CMP(Consent Management Platform)를 통해 사용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Google Tag Manager에서 개별 태그(예: GA4, GTM, Facebook Pixel)를 조건부로 활성화하거나 차단한다. 이로 인해 쿠키 배너에서 “거부”를 선택한 경우, 분석 스크립트 자체가 실행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는 GDPR의 ‘동의 없는 데이터 수집은 불법’이라는 원칙을 기술적으로 실현한 사례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구글 애널리틱스(특히 GA4)를 기본값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태그 매니저를 통한 조건부 로딩 구조도 거의 구현되어 있지 않다. GA4는 이전 버전보다 더 많은 행동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며, 이벤트 기반 구조를 통해 사용자 이동 흐름, 전환율, 클릭 수 등 다양한 행동 패턴을 추적한다. 그러나 이 데이터가 동의 없이 수집되고, 사용자가 이를 제어할 수 없는 구조라면, 정보주체의 권리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사용자 권리 보장 수준의 체계적 차이

애널리틱스 도구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단지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 프로파일을 구성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해당 정보에 대한 사용자 권리 보장은 매우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이 수집된 정보에 대해 열람을 요구하거나 삭제를 요청할 경우, 기업은 이를 즉시 처리하고, 그 내역을 보관해야 한다. 특히 자동화된 분석과 판단에 기반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질 경우, GDPR 제22조에 따라 사용자에게 판단 근거에 대한 설명 제공 및 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

구글은 유럽 사용자에게 ‘내 활동 관리(My Activity)’ 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검색 이력, 유튜브 기록, 방문 페이지 등을 확인하고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이 페이지는 기본적으로 GDPR 대응 기능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용자 계정에서는 이 기능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삭제 요청에 대한 결과가 즉시 반영되지 않거나, 시스템상 여전히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기능 자체의 유무가 아니라, 법적 압력과 의무 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다.

또한 유럽은 애널리틱스 도구를 통한 개인 데이터 전송이 제3 국으로 넘어갈 경우(예: 미국), 이를 감독기관에 보고하고, SCC(표준계약조항)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해외 전송에 대한 고지 및 동의 의무가 있음에도, 실무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전체 동의’가 가능하며, 정보 제공 수준은 매우 제한적이다. 사용자는 데이터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알 수 없고, 기업 또한 이를 상세히 문서화하거나 감사 대응 체계를 갖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재 사례와 기업의 인식 차이

유럽에서는 애널리틱스 도구의 위법 사용에 대해 실제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프랑스의 CNIL은 구글 애널리틱스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사용자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한 한 대형 교육 기관에 수십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도 유사한 판례를 통해 도구 사용을 금지하거나, 자체 대체 설루션 도입을 권고했다. 이로 인해 유럽 내에서는 기술 도입보다 법적 리스크 분석이 선행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한국에서는 애널리틱스 도구와 관련해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단순한 ‘웹 분석 도구’로 인식한다. 특히 마케팅이나 개발 부서는 개인정보보호팀과 별도로 움직이며, 도구 도입 및 활용에 있어 법률 검토 없이 기술적 효율성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 중 상당수는 “국내법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글로벌 수준의 보호 체계를 갖추는 데에 미온적이다. 이는 단순한 제도 문제라기보다는 정보주체 권리에 대한 낮은 인식, 법 집행력의 부족, 문화적 관행의 결합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이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자발적인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사용자 권리는 보호되지 않는다.

 

 

애널리틱스 도구는 웹사이트와 앱 운영의 필수 기술이지만, 동시에 사용자 정보를 민감하게 다루는 고위험 도구이기도 하다. 유럽은 이를 법적으로 통제하고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를 통해, 통계와 프라이버시 보호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도구 도입 이전에 법적 평가와 사용자 권리 보장이 우선되고, 그에 따라 기술 구현도 설계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애널리틱스를 단순한 기술 도구로 인식하며, 법적 고려 없이 도입·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자 동의는 형식화되어 있으며, 데이터 수집 범위에 대한 명확한 고지나 통제 장치는 거의 없다. 이로 인해 동일한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유럽과 한국의 사용자는 완전히 다른 보호 수준 속에서 서비스에 참여하게 된다.

이제 한국도 기술 효율성만을 고려하는 시대를 넘어, 개인정보 보호를 기반으로 한 분석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애드센스 승인과 같은 기술적 평가를 넘어, 브랜드 신뢰, 장기적 리스크 회피, 그리고 정보주체 권리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진정한 개인정보 보호는 동의서에 있는 문장이 아니라, 사용자가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자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